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Bill Evans)’와 재즈 기타리스트 ‘짐 홀(Jim Hall)’의 합주로 만들어진 ‘Undercurrent’ 음반은, 재즈쪽에서는 워낙 명반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딱히 평가나 설명이 무의미한 앨범이지만, 이제 막 재즈에 관심을 같게 된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기에 챙겨서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빌 에반스 음악은 각 잡고 듣기에는 참 좋지만 그 특유의 섬세한 피아노 선율이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 리스너들의 경우 오래 듣고 있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오죽하면 불면증 환자들이 많이 찾는 앨범이라고 했을까.
피아노와 기타의 환상적인 조합
하지만 ‘짐 홀’의 기타가 함께한 이 앨범은 합주로 잘 섞이기 힘든 피아노와 기타의 이상하리만큼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다.한 악기가 주도해가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와 리듬을 두 악기가 번갈아가며 마치 대화를 주고 받는 듯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곡의 서사는 리듬 악기 없이도 허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좋은 나른함 쿨재즈의 정석
물론 쿨재즈 장르와 두 뮤지션의 특유의 섬세함이 나른함을 유도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진 않는다. 머리속의 복잡한 생각의 실타래를 풀고 싶거나 지나치게 쌓여 있는 몸의 긴장감을 덜어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중독성 있는 나른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총 6개의 트랙이 모두 명곡이지만 전 곡을 다 챙겨 들을 여유가 없다면, 내가 추천하는 곡은 [Romain] 이다. 피아노와 기타가 섬세한 선율을 주고 받으며 완벽한 강약 조절로 자연스럽게 섞이는 멜로디와 리듬이 경이롭게 느껴지는 곡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릴렉스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음반과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