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 X 오메가 = 품절대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스와치와 오메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문스와치(Moonswatch)는 제품 출시 이후 품절 대란과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러들의 먹잇감이 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었다. 출시일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열기가 어느 정도 식어 예전처럼 구매가 어렵지 않아 구매할 수 있었다.
미션 투 새턴(Mission to Saturn)
내가 구매한 문스와치 모델은 미션 투 새턴(Mission to Saturn)으로 하단 크로노그래프에 토성의 고리가 멋스럽게 그려진 것이 특징인 제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브라운 톤으로 질리지 않고 어떤 옷차림에도 어울리는 디자인이라 선택했다. 태양(Mission to Sun)이나 화성(Mission to Mars)와 같이 스와치 특유의 발랄함과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모델도 있었지만 자주 착용하기에 무난한 스타일로 골랐다.
문스와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오메가의 ‘문워치(Moon Watch)’라 불리는 스피드마스터(Speed Master)모델의 디자인과 특징을 채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대칭 케이스, 타키미터 스케일 숫자 90 위의 도트 마커, 스피드마스터만의 서브 다이얼 등이 모두 어우러졌다. 여기에 스와치 특유의 컬러감과 디자인 감각이 어우러져 좀 더 재치 있고 대중적인 시계로 탄생했다.
왜 오메가가 스와치와?
이 시계의 정가는 37만원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제외하고 단순히 시계로 보았을 때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바이오세라믹’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밴드 또한 벨크로 방식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때문에 오메가의 이름값을 기대하고 이 제품을 구매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왜 오메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스와치 같은 대중적이고 저렴한 브랜드와 손을 잡았을까?’ 충분히 가질만한 생각이다. 오메가는 이번 제품의 출시를 발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협업은 재미있는 일이자 쿼츠 혁명 동안 어려웠던 스위스 시계 산업을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쓴 회사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스와치는 1980년대 일본이 내놓은 저렴한 쿼츠로 시계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지만 반대로 장인 정신과 명품으로 여겨졌던 시계의 본가 스위스 업체들에게는 엄청난 위기를 안겨 주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역할을 한 기업이 바로 스와치인데, 일본 쿼츠에 대항할 대량생산 방식의 쿼츠를 개발해 스위스 시계를 대중화 시킨 것은 물론, 위기를 겪고 있던 명품 시계 브랜드들을 인수합병하여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장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와치스러운 시계
때문에 문스와치 협업 제품은 단순히 오메가 브랜드를 저렴하게 가질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오히려 고상함을 과감하게 버리고 일본의 독점을 막기 위해 스스로 시장에 몸을 내던진 스와치에 대한 스위스 명품 브랜드의 헌사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각하고 이 제품을 본다면 오메가보다는 스와치에 대한 헤리티지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만약 오메가의 브랜드 소유하고 싶어 ‘문스와치’를 고려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이 제품은 오메가의 디자인을 차용한 아이디어로 오히려 더 스와치스러운 재치와 가벼움을 지닌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명품이 주는 가치에 초연하며 사회적 과시에 편승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낭만을 가진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